오늘
786
어제
932
최대
3,402
전체
963,346

두레박에 담긴 샘물

정구화 2 727 0

두레박에 담긴 샘물


                     / 門下



끝없이 샘솟아

흐르는 물인 줄도 모르고

내리면 가득 담겨

저절로 올라오는 물인 줄만 알았어


파릇파릇하던 철부지 눈엔

그저 고여있는 물로 보였고

필요할 때 길어 올려서

언제든 마시면 되는 줄 알았지


철부지 허물이 벗겨진 지금

깊은 샘 속에 던진 두레박을 올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난 뒤로

방금 흘러나온 물이란 걸 알았어


고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흐르는 맑은 샘물이 비워진 공간을

돌아 나간다는 것을 알고

깊이를 깨닫게 됐지


나이를 먹어 헤져도

맑은 물만을 내게 준다는 생각에

세월이 지난 지금도 심이 깊은

너의 두레박 사랑은 잊히질 않아


샘가에 둘러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동네 처녀들

물동이 이고 엉덩이 흔드는 걸 보니

내가 금세 젊어졌나 봐

2 Comments
윤석진 2020.04.28 22:51  
두레박에 담긴
정구화 2020.04.28 23:41  
두레박에 언제나
맑은 샘물만 담기죠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