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도 꽃은 피는데
슬퍼도 꽃은 피는데
/ 門下
바람 부는 어느 날
난 너의 슬픈 길목을 걸었어
아픈 기억들이 귀를 막아
소리쳐 불러도
빈 땅만 바라보며 걷기에
어깨를 두드려 봤어
놀라기는커녕
왜 자꾸 날 귀찮게 하냐는 듯
쓱 쳐다보고 가버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지켜보다가 모퉁이로 사라진
너의 뒤를 따라가 봤어
그 순간 놀라고 말았어
화단에 기대앉아있는 너를 보고
난 이렇게 말했어
저 화초들 좀 봐
네가 슬퍼도 꽃은 피고 있잖아
네가 꽃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