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나간 바위
바다로 나간 바위
/ 門下
함께 사는 세상은
얼어붙은 동절기 눈 녹인 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님이 떠나간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
둥근 원이 점점 기울어
모난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물과 함께 살아가는
강바닥에 돌은 모두가 하나같이
둥글게 사는 줄만 알았습니다
상처로 얼룩진 모난 돌마저
으깨지고 가루가 되는 낭떠러지가
숨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끼가 끼는 줄도 몰랐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바위는
모진 풍파에 일그러지긴 했어도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던 바위는
모래가 되어 도착했습니다
누군가 몰래 모래밭에
깊게 파인 흔적을 남기고 떠났지만
바다는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