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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호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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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호롱불


/ 門下


주인 떠난 집 담장 아래

봉숭아 듬성듬성 세 들어 살던 곳에

아버지의 도리깨질하시는 모습만 어렴풋이

정적을 깨고 있는 정든 옛집 마당


그을음 가득한 부엌 정수리에서

식식대며 김을 뿜어내던 생명의 숨소리가

멎은지 오래되어 녹슨 그을음들은

뼈대만 앙상하게 석화되어 남아 있다


여름밤 맷방석 위에 모여앉아

쩌 낸 옥수수며 감자 고구마 내음에

산에 사는 七星이가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웃음꽃 피우던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아름답던 그 시절 풍경 속

동산에 떠오른 달빛은 주름 하나 없건만

까만 머리 가느다란 백발이 되어

앉은뱅이로 살다 가신 그리운 아버지


저녁이면 고만고만한 맹꽁이들 손에

고된 농사일은 어른들의 놀이터라 이르시며

즐거워하시던 주름 가득했던 아버지에

호롱불은 꺼지지 않고 점점 밝아지고 있다


*******


民心은 天心


/ 門下


쟁기는 

골을 타고 아낙은 

씨를 놓고


비둘기 

멀뚱멀뚱 콩이야 

옥수수야


제깐놈 

파먹어봐야 

쟁기만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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