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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거래

정구화 0 332 0

은밀한 거래


/ 門下



홍조 띤 여인이

가랑비에 흠뻑 젖은 몸 추슬러

구릉 진 언덕을 내려온다


어딘가 모르게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질 듯

발걸음은 소풍 길이다


호숫가에 다다르자

예견된 프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아카데미 엑스트라 물안개

연륜 지긋한 뱃사공은

햇살에 배를 띄워 노를 젓는다


불타는 석양 아래

여인의 치마폭에 안긴 호수가

밀애에 흠뻑 적시어 갈 즘


향긋한 풋 내음에

산을 타고 올라 고개 드는 달빛

낱낱이 지켜보던 구름은

달빛의 들뜬 눈빛마저 감추고

별들의 실눈만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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