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백조

물 위를 걷는 백조

/ 門下

고요를 찾아 물 위에 뜬 달을 보고

한무리의 백조들이 호수에 내려앉는다

표면에 엎드려 있는 반달은

물에 반쯤 잠긴 보름달이 되었고

반달 너머로 구부러진 목을 세우는 백조

반짝이는 은빛 날개

안개등 불빛으로 태어난 별빛 조명에

우아한 날개가 더없이 아름답다

다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물 위를 걷는 동안 피어나는 하얀 물안개에

팔색조들이 밤벌레들과 함께 춤을 춘다

깊은 밤 휘파람새의 가녀린 노래가

고요한 호수 밤하늘에 울림으로 남겨져

누운 반달 뒤로 흰 백의 모습이 흐릿하다

여백의 덧으로 남은 백조의 호수

나는 움푹 팬 조각달 위에 올라

백조를 불러 보지만 호수는 마르고 있다

드러난 반달 점점이 식어가고

백조는 호수에 뜬 보름달을 그리며

불어든 바람을 안고 그리움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