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잊지 마
/ 門下
넌 잊을 수 있니
어떡하면 잊을 수 있을까
난 못 잊어
세상 가장 쉬운 게
잊는 거라면
네게 어려운 것도 없을 테지
초라한 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때 그 기분 아니
넌 아마 꽃이 지고 나면
푸릇한 잎새는 보이지 않을 거야
난 너랑 달라
꽃은 결실을 위해 피어나고
잎새는 열매를 위해
파랗게 돋아나는 거니까
잊지 마
꽃 진 자리에
아름다운 열매가 맺힌다는 거
열매는 기다릴 줄 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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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같은 세월
/ 門下
가랑비 백설 되어 먼 산을 뒤덮을 때
푸른 솔 가지마다 하얗게 채색되고
나그네 실은 나룻배 연기처럼 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