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씨감자
/ 門下
툇마루에 앉아
씨감자를 고르고 계신 어머니
눈이 예쁘고 잘생겨야
애를 줄줄이 달고 나온다 이르셨다
지난 옛 시절
눈이 예쁜 여자를 고르고 나니
애비야 내가 진즉에 얘길 못해줬구나
여자는 엉덩이가 크고
가슴이 수박 덩이라야 한다고,
감자는 제 몸 여러 개로 나누어
많은 새끼들을 친다지만
자식은 엉덩이가 둥글 넓적하나
가슴이 요강 단지만큼 출렁거리나
하나 둘도 많다면서
가라 해도 아니 가고
제발 좀 낳거라 입이 부르터라 말해도
마른 콧구멍 양옆에 붙은
귓구멍을 아예 다물고 있다
쟁기가 골타던 시절
씨감자가 왜 그렇게 그리운지
툇마루에 앉아 씨감자를 고르시던
어머님이 늘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