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과거와 현재
중생의 과거와 현재
/ 門下
어두컴컴한 저녁나절
올빼미 밤길을 사뿐 거닐고 있을 때
강변을 날던 종달새 한 마리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네
개똥이 님 찾아 춤추는 들녘
내공이 부족한 중생은
느슨한 허리 끈을 졸라매기 위해
허접한 방문을 활짝 열고
금세 오른 달을 한 입 베어 문다
움푹 팬 달덩이
대추나무 가시에 걸려 몸부림치고
시계불알 놀라 서너 번 떨어댈 때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부싯돌로 아침을 부르는 중생
빈 독을 보고 놀라기는커녕
손때묻은 붓을 놓지 않는 중생은
어수룩한 빈껍데기 뱃속에
알차게 영근 열매로 만찬을 즐긴다
서생들도 건너뛰는 집 안팎에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저 미풍은
중생의 깨달음을 알고 있을까
가슴 널찍한 오동잎 흐느끼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