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틈새에 지은 집
좁은 틈새에 지은 집
/ 門下
옮길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밟을 수도 없다
내 걸음 앞에 솟은 풀잎은
잡초가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뽑힐까 봐
생을 마감이라도 할까 싶어
내가 잠든 사이
어여뿐 꽃을 피웠다
감정이 솟구친다
그가 시들어
나를 멀리할 때까지라도
기다려야 한다
블록 틈새에
떨어트린 바람일지라도
내 삶의 터전에 대해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어
애석할 따름이다
이 세상
꽃을 피울 줄 아는 존재는
잡초도 잡목도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꽃
그들에겐 봄이 있다
나는 그들이 애써 펼쳐놓은
봄을 즐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