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면사포
잃어버린 면사포
/ 門下
고독과의 동거가
낙엽이 지듯 끝나갈 무렵
정을 떨어트린 차디찬 미풍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우연이 아닌 듯
조용히 스미는 바람에
장독대 푸푸대는 숨소리마저
미진하게 내뱉고 있다
존엄성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이는 나신들
근엄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회전체에 몸을 실은
사계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고독이 아닌
낭만이라 고하려 한다
연결 고리에
물든 진실을 나 홀로 단절 후
몸통만 남기고 떠난
그는 다름 아닌 가을이다
네 천사들 중
고독한 전설의 미망만 남아
남은 정마저 얼리고
길고 긴 외로운 싸움을 참아내려
잃어버린 면사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