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거래
은밀한 거래
/ 門下
홍조 띤 여인이
가랑비에 흠뻑 젖은 몸 추슬러
구릉 진 언덕을 내려온다
어딘가 모르게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질 듯
발걸음은 소풍 길이다
호숫가에 다다르자
예견된 프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아카데미 엑스트라 물안개
연륜 지긋한 뱃사공은
햇살에 배를 띄워 노를 젓는다
불타는 석양 아래
여인의 치마폭에 안긴 호수가
밀애에 흠뻑 적시어 갈 즘
향긋한 풋 내음에
산을 타고 올라 고개 드는 달빛
낱낱이 지켜보던 구름은
달빛의 들뜬 눈빛마저 감추고
별들의 실눈만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