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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나를 사랑하자

정구화 0 483 0

늦기 전에 나를 사랑하자


/ 門下


색깔도 모르고

유행을 역행하며 지내온 시간

식지 않은 질긴 생명 뜨거운 갈망

종착역을 우회할 수 없다면,,,


수직선상에 놓여

태양이 질 때 슬그머니 찾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어둠

벽에 붙어 째깍 되는 소리에 맞춰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들을

이어붙였다 떼느라

쓰지 못하고 방치한 시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는 모형들

갖가지 물질에 깃든 발광체는

기능 쇠퇴로 산화되고 퇴화되어

열매 없는 꽃을 피운다


지금껏 넘긴 시간 중에

내가 진정 나를 사랑한 시간은

몇 퍼센트나 될까

안갯속에 가려진 의문일 뿐


긴 시간 방치된 내 모습

예고 없이 덜컹대는 심장 가라앉혀

짜깁기를 해도 시원찮은 몸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시든 꽃이라도 탁본을 떠야 할까

이젠 나 자신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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