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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가 그치면

정구화 0 587 0

이 비가 그치면,


/ 門下


늘어진 능선 아래

길게 줄지어 새 생명 감싸는 운무

가랑비 암자를 파고들어

물에 비친 망부석 탑돌이 하네


이 비가 그치면

위태로운 마른 땅에 몸을 의지한 채

천년의 도를 쌓은 부처손

오랜 세월 푸르러간 번뇌의 定心으로

비 맞은 방랑객의 발길을 멈추리니


햇살 아래 부서질 듯 마른 몸

묵언 수행 맹신한 절벽 부처의 손

비에 젖은 덥수룩한 몸 일으켜

무지의 어리석은 세상을 둘러보리라


이 비가 그치면

산허리 감싸 쥐고 있던 안개 걷혀

참선으로 덕을 쌓아올린 널다란 가슴에

둥지 떠난 철새들의 사유 평온 되찾고


오랜 시간 정붙인 적막으로

시간을 저버린 몸을 일으켜 세워

철새 되어 날개 젖고 마름을 통해 찾은

새로운 둥지에 정성을 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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