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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울었습니다

정구화 0 509 0

좋아서 울었습니다


/ 門下


시련의 빈껍데기 벗어놓고

뙤약볕 아래 앉아 벅찬 감동으로

하루해가 너무나도 짧다며

목청이 터질 듯이 울었습니다


긴 장맛비에 온몸이 젖어

만신창이가 돼도 버티어내고

빗방울 멈춰 하늘 무지개 떴다며

기뻐서 눈물 나게 울었습니다


핍박 속에 서럽게 울다

뜨락 한편에서 귀뚜라미 울던 날

날이 새기도 전 고막이 터질 듯

슬퍼서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잠자리 떼 하늘을 날아댈 때

잎새 뒤로 몸을 반쯤 숨기고

암흑을 벗어난 자유가 너무 짧다며

원망하듯 목놓아 울었습니다


어둠을 벗어나 기뻐서 울고

친구가 운다고 따라서 울고

귀뚜라미 운다고 서글피 울었지만

여름이 좋아서 실컷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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