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울었습니다
좋아서 울었습니다
/ 門下
시련의 빈껍데기 벗어놓고
뙤약볕 아래 앉아 벅찬 감동으로
하루해가 너무나도 짧다며
목청이 터질 듯이 울었습니다
긴 장맛비에 온몸이 젖어
만신창이가 돼도 버티어내고
빗방울 멈춰 하늘 무지개 떴다며
기뻐서 눈물 나게 울었습니다
핍박 속에 서럽게 울다
뜨락 한편에서 귀뚜라미 울던 날
날이 새기도 전 고막이 터질 듯
슬퍼서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잠자리 떼 하늘을 날아댈 때
잎새 뒤로 몸을 반쯤 숨기고
암흑을 벗어난 자유가 너무 짧다며
원망하듯 목놓아 울었습니다
어둠을 벗어나 기뻐서 울고
친구가 운다고 따라서 울고
귀뚜라미 운다고 서글피 울었지만
여름이 좋아서 실컷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