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불면의 밤
/ 門下
모두가 잠든 밤
깊은 나락으로 빠졌는데
선녀랑 두레박 타고 오른 양
새콤달콤 시원하다
어떤 날은
짙은 안갯속을 걷 듯 뿌옇고
강은 저 멀리 있는데
집안엔 새봄 맞은 물레방앗간이다
까만 밤은
머릿속이 맑고 가벼워
한낮에 퍼 담을 것도 많은데
햐얀 밤은
치워야 할 잡동사니가 더 많고
눈이 짐짝처럼 무거워
돋보기를 써도 바늘귀는 좁다
새벽으로 가는 밤
어떤 이는 개운하다 말하고
어떤 이는 지긋지긋하다 말하는데
나는 왜 업어가도 모를까
가시나무에 걸린 풍선이
터지기 전에 바람을 재워야 할 텐데
이를 어쩔꼬
불면의 밤에도 새벽닭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