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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정구화 0 485 0

잊지 마


/ 門下


넌 잊을 수 있니

어떡하면 잊을 수 있을까

난 못 잊어


세상 가장 쉬운 게

잊는 거라면

네게 어려운 것도 없을 테지


초라한 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때 그 기분 아니

넌 아마 꽃이 지고 나면

푸릇한 잎새는 보이지 않을 거야


난 너랑 달라

꽃은 결실을 위해 피어나고

잎새는 열매를 위해

파랗게 돋아나는 거니까


잊지 마

꽃 진 자리에

아름다운 열매가 맺힌다는 거

열매는 기다릴 줄 안다는 거


*******

구름 같은 세월

/ 門下

가랑비 백설 되어 먼 산을 뒤덮을 때

푸른 솔 가지마다 하얗게 채색되고

나그네 실은 나룻배 연기처럼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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