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의 연주
칼바람의 연주
/ 門下
겨울 문턱에 서성이는
가지들이 짐이 되는 옷을 벗고
차가운 찬바람에 노출이 될 때면
입이 돌아간 잎새들의
지는 슬픔 뒤로 나의 마음도
가랑비 부슬부슬
인적 없는 벌판에 머물고 있는 듯
울적한 기분마저 든다
늘씬한 여인의 매력이 아닌
옷을 벗은 매끈한 나목들의 설움에
찬 기운마저 맴도는 하얀 겨울
앙상한 가지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 늘어진 홍시의
달콤한 과즙을 맛보며
꽃 피고 벌새 나는 봄을 기다려본다
삭풍에 몸 실어
언 가지 위에 앉아 위세를 떨치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날카롭게 다듬는 냉혹한 바람
온기 없는 칼바람의 연주가
차디찬 막을 내리고 묵언수행하던
나목들이 푸른 눈을 틔울 때
나도 두꺼운 껍질을 벗어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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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身君子
/ 門下
한매디 두매디의 푸릇한 나뭇가지
살아서 그늘이요 죽어서 古宅이라
내어이 殺身君子라 아니 여긴다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