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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의 연주

정구화 0 410 0

칼바람의 연주


/ 門下


겨울 문턱에 서성이는

가지들이 짐이 되는 옷을 벗고

차가운 찬바람에 노출이 될 때면


입이 돌아간 잎새들의

지는 슬픔 뒤로 나의 마음도

가랑비 부슬부슬

인적 없는 벌판에 머물고 있는 듯

울적한 기분마저 든다


늘씬한 여인의 매력이 아닌

옷을 벗은 매끈한 나목들의 설움에

찬 기운마저 맴도는 하얀 겨울


앙상한 가지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 늘어진 홍시의

달콤한 과즙을 맛보며

꽃 피고 벌새 나는 봄을 기다려본다


삭풍에 몸 실어

언 가지 위에 앉아 위세를 떨치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날카롭게 다듬는 냉혹한 바람


온기 없는 칼바람의 연주가

차디찬 막을 내리고 묵언수행하던

나목들이 푸른 눈을 틔울 때

나도 두꺼운 껍질을 벗어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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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身君子

/ 門下

한매디 두매디의 푸릇한 나뭇가지

살아서 그늘이요 죽어서 古宅이라

내어이 殺身君子라 아니 여긴다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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