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남긴 가을
화폭에 남긴 가을
門下
내 눈에 담긴 홍엽들이
오래 머물도록 붓을 잡는다
시각이 틀리고
형태가 다른 가을
색깔만 보는 이 눈 저 눈 내 눈
떨어지면 사라지고 마는
행태를 바꾸려 붓을 잡았다
내가 본 가을 풍경
지워질 기억 속이 아닌
마른 화폭에 저장해 놓은 가을은
내 목숨보다도
질기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화폭에 옮겨담는다
가을을 통째로
옮겨놓고도 남겨진 여적(餘滴)
널다란 화선지
여백에 작은 붓으로
나목이 남길 허전함을 달래주고
모두가 잠든 겨울
정체된 시간을 잊고져
바람에 날아갈 화사한 잎새들의
짧게 남겨지고 말 운명을 붙잡아
숨 가쁘게 옮겨놓는다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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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門下
세월의 연한 빛이 물들어 떠나갈 제
머무는 그리움은 애탐에 속절없고
눈부신 풍경에 젖어 숨은 낯빛 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