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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에

정구화 0 570 0

어느 가을날에


/ 門下



다가서는 마음

붙잡아 놓고

내 몸 내 마음 구석구석을

뜨겁게 달구는 가을


어디에 머물까

갈피를 못 잡는 시선

귀로에 선 홍엽들의 붉은 치장

미풍에 속살거리고


내 가슴에 물든 홍단

샛강에 몸을 싣고 두둥실 떠갈 때

태우던 뜨거운 불길마저도

달빛 따라 흐른다


이른 새벽녘

고요마저 잠든 샛강을 거슬러

타오른 불길 속에 뛰어든

새하얀 물안개


빗살 무늬 홍엽

화장도 지울 줄 모르고

가녀린 실핏줄을 드러낸 채

내 작은 손바닥 위에

누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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