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에
어느 가을날에
/ 門下
다가서는 마음
붙잡아 놓고
내 몸 내 마음 구석구석을
뜨겁게 달구는 가을
어디에 머물까
갈피를 못 잡는 시선
귀로에 선 홍엽들의 붉은 치장
미풍에 속살거리고
내 가슴에 물든 홍단
샛강에 몸을 싣고 두둥실 떠갈 때
태우던 뜨거운 불길마저도
달빛 따라 흐른다
이른 새벽녘
고요마저 잠든 샛강을 거슬러
타오른 불길 속에 뛰어든
새하얀 물안개
빗살 무늬 홍엽
화장도 지울 줄 모르고
가녀린 실핏줄을 드러낸 채
내 작은 손바닥 위에
누워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