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밥그릇
사라진 밥그릇
/ 門下
아랫동네가 시끄럽다
밥그릇을 베고
잠을 자던 멍돌이가 놀라
고개를 갸우뚱이더니
별안간 찌그러진
제 밥그릇을 앞발로 움켜쥔다
전에 본 적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하늘보고 너털웃음 짓는 똘이 아빠
멍돌이가 밖을 응시한다
사립문을 열고
늘어진 코를 질질 끌며
들어오는 코흘리개 똘이 눈엔
찌그러진 양은 냄비
개 밥그릇은 맛있는 엿이다
잠시 후
멍돌이 귓전에 들려오는
엿장수 가위질 소리
원망하듯 거칠게 짖어댄다
멍들이의 엿장수를 향한
원망 진 소리에도 불구하고 똘이는
엿을 들고 멍돌이를 놀려대다
또다시 두리번 거린다
이번엔 무엇이 표적일까
곰방대를 찾던 할아버지의 고함은
날카롭게 새벽 하늘을 깨운다
네 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