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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밥그릇

정구화 0 495 0

사라진 밥그릇


/ 門下



아랫동네가 시끄럽다


밥그릇을 베고

잠을 자던 멍돌이가 놀라

고개를 갸우뚱이더니

별안간 찌그러진

제 밥그릇을 앞발로 움켜쥔다


전에 본 적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하늘보고 너털웃음 짓는 똘이 아빠

멍돌이가 밖을 응시한다


사립문을 열고

늘어진 코를 질질 끌며

들어오는 코흘리개 똘이 눈엔

찌그러진 양은 냄비

개 밥그릇은 맛있는 엿이다


잠시 후

멍돌이 귓전에 들려오는

엿장수 가위질 소리

원망하듯 거칠게 짖어댄다


멍들이의 엿장수를 향한

원망 진 소리에도 불구하고 똘이는

엿을 들고 멍돌이를 놀려대다

또다시 두리번 거린다


이번엔 무엇이 표적일까

곰방대를 찾던 할아버지의 고함은 

날카롭게 새벽 하늘을 깨운다

네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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