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빛에 물든 새
황혼빛에 물든 새
/ 門下
수줍음도 잠시
우아한 날개를 펼치고
처녀비행에 성공
모두에게 갈채를 받는다
황홀한 비행도
그리오래 가지 않아
어느덧 비에 젖어
밤새 소름 돋는 날이 많아졌다
그 얼마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했을까
영광에 상처를 안고
오대양 육대주를
밤낮 쉼 없이 날아다닌 새
윤기 흐르는 깃털이 펄럭이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안돼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뱃속엔 이란성 쌍둥이들이
바다를 건너고 있잖아
처녀비행에서
병든 날개를 접기까지
강풍에 비틀거리다 불시착
적지 않은 우여곡절 끝에
세계 일주의 영광을 안았다
오늘은 병저 눕는 날
비행이 불가하다는
종합병원 의사 소견서가
황혼빛에 물든 몸 곳곳에 붙었다
으깨지고 분해되어
새로이 탄생이 될 운명
떠나는 길에
튼튼한 장기는 기증하고
또다시 싱싱 나는 꿈을 이어간다
늙고 병들어 나약한 너의 몸짓
난 그런 네가 부럽다
다시 태어날 수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