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가 무겁다
얇은 종이가 무겁다
/ 門下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평소와 달리 숨소리가
멈춘 듯 거칠게 느껴진다
쉬는 건지
내뱉는 건지 알 수 없는 콧방귀만
쉴 새 없이 뀌어대고 있다
휴지통에 던져지는
잘린 나무들의 종잇장들임에도
슬퍼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은연 듯 떠올라
한 그루에 나무를 살려보려
무던히 애써보지만
자꾸만 자꾸만 잘려나간다
어느샌가 모르게
포만감에 인상을 쓰고 있는 휴지통
생명이 숨 쉬는 나무를
자르고 잘라낸 귀한 존재임이
느껴질 무렵
묵직하게 들어 올려진
한 장의 종잇장
이제서야 나무도 편히 숨을 쉬고
나도 안정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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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두레박으로 퍼올린 샘물일지라도
쉬우면서 쉽지가 않음을 매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