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머문 자리
그리움이 머문 자리
/ 門下
아카시아꽃향기에 취해갈 때
가위바위보로 너 한번 나 한 잎 따낸
잎새들이 바람결에 그리움 되어 날린다
그녀와 함께 머문 자리엔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산들 바람이 일어
아카시아 향을 온몸에 바르곤 했지
조금 늦게 가위를 냈다고 투덜대던
네 모습은 눈가에 이슬을 만들어냈고
난 그 자리에 앉아 이번엔 내가 먼저
보재를 내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그녀가 가위를 내지 않는다
뭐 하니 얼른 가위를 내지 않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그렁그렁하던 이슬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우리가 처음 느껴본 애틋한 감정을
어디선가 그녀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난 그 자리에 아카시아 잎줄기를
내려놓고 보재를 남겨둔 채 떠난다
그녀가 가위를 내는 그 순간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