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소낙비
길 잃은 소낙비
/ 門下
어멈아
동풍 불고 먹구름이 나는 걸 보니
비가 쏟아지려나 보구나
빨래 걷고
젖을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고
서둘러 비설거지해야겠다
갈 때가 됐는지
몸은 왜 이렇게 쑤셔대는 고
할아비가 날 찾는 게지
먼저 갈 땐 언제고
다 늙은이를 이제 와서 데려다
뭣에 쓰려고 그러는지 원
못다 한 잔소리가 아직도 남은 게야
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귀여운 손주 녀석들을 두고
어딜 간다고 그러세요
어머님마저 안 계시면
지아비 없는 집안에 찬바람만
나돌 건데 전 어찌 살라고 그러세요
성미가 급해도 그렇지
어찌 처자식 두고 서둘러 떠났을꼬
갈 길 잃은 소낙비만
주야장천 퍼부어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