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의 삶
저울의 삶
/ 門下
좁쌀 한 톨의 무게까지도
알려주는 저울은
오만가지 잡동사니까지도
눈금을 정확히 일러준다
시대에 싸움을
평정해 줌으로써 마음 착한
백성으로 하여금 한 대박
듬뿍 퍼주는 인간미까지도
저울의 미덕으로 안겨주었다
딱 한 가지
저울도 외면하던 것
그것은 인간의 삶의 무게다
어째서 나 몰라라 외면했을까
아픔과 슬픔 오만에서 오는
저들의 성깔에 참견하기 싫어서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인간 사에 뛰어들어
따지려 들고 싶지 않은 그 역시
삶에 짓눌린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간섭한다고 들쑤신다고
아는 채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므로
자신의 무게도 모르는 저울은
극구 외면했으리라
한평생 남의 무게만 재다
생의 마감 길에 올랐을 저울은
마지막 가는 길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무게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