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비애
나비의 비애(悲哀)
/ 門下
햇살이 식어가는 밤
잠에서 깨어난 나비 한 마리
깜빡대는 네온 불빛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고
부킹 천국의 문이 스르르륵
열린다
화려한 조명이
현란하게 뿌려지는 무대
중앙탑에 회전목마
불숙 튀어 오르고
나신에 가까운 나비 한 마리
금빛 찬란한 긴 머릿결
고개를 젖힌다
일탈은 하회탈이요
가면을 쓴 무희 몸동작에
점점 빠져드는 새끼 사슴들
의젓한 양들의
깨져버린 침묵의 눈동자가
야수로 변해가는 모습에
나비는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시간은 새벽으로 치달아
불야성에 조명이 하나 둘 꺼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난장판으로 변한 널찍한 홀
싸늘이 식은 테이블 위에
주인 잃은 와인잔이 홀로 앉아
낮은 숨을 내쉰다
야화들이 사라진 새벽녘
회전목마가 잠에 취한 시각
반라의 몸으로 기진맥진
한숨을 내쉬는 나비 눈가에 흐르는
슬픈 눈물은 한 방울 두 방울
반쯤 담긴 와인잔에
톡~ 톡~ 톡~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