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릴레이
인생 릴레이
/ 門下
햇볕에 그을린 소녀는
바다를 떠나 단풍 숲길을 걷고
겨울 여인은 하얀 드레스를 꺼내 입는다
계절이 자전과 공전을 반복할 때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손때묻은 지겟 발목에 천자문을 달아
넘겨 주셨고 아버지는 지게 위 소쿠리에
공책과 필통을 담아 내게 주셨다
나는 좌절의 쓴맛이 밴 책 한 권을
복사를 해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고
불자가 되기 위해 산사를 찾는다
사는 동안 엄지 척도 여러 번
집게 손가락질도 적지 않게 받아챙겼다
알곡은 쭉정이가 되고 쭉정이는 다시
알곡으로 변신의 길을 셀 수도 없이 걸었다
이젠 모두 다 접고 릴레이 게임에서
몸을 저 멀리 나만의 공간으로 이탈을 감행
릴레이 없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푸른 숲 산새들과 노래하며 살련다
인간사에 있어 어느 누구든
세상에 영원이란 없기에 만남은 곧 언젠가
이별을 뜻하는 會者定離에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