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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김응주 0 452 0

오솔길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어릴 적 그것은 숨구멍이었고

어릴 적 그것은 놀이터였고

어릴 적 그것은 마당이었고

어릴 적 그것은 친구였는데

 

한결 같은 모양새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세월 속 문명 변화에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연스러움 벗어나

인위의 옷 갈아입은 길.

 

옷은 세련되었지만

전에 지녔던 풍미는 찾을 수 없고

눈 호강으로 칠해진 잔치

화려함 속

내 발걸음의 정겨움

묻힐까 두려워

한 발 내어 딛는 것이

마냥 신나지 않은 길

 

흙 위 검게 코팅 된 마당에

어우러질 신발 깔 맞춤해

신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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