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숨 쉴 때 비로소 난 걷는다
삶이 숨 쉴 때 비로소 난 걷는다
눈보라 일으키는 바람 속
동장군처럼 홀로서서
오는 바람 가는 바람
몸으로 받으며
고독을 흘려보내는 人間
세월에 묻혀
세상에 묻혀
고뇌에 묻혀
인생사 먹으로 칠해질 때
만난 過去
코 묻은 시절
짝꿍과 흙 묻혀가며
넓은 땅 서로 차지하겠다고
땅따먹기하며
엄지손가락으로
돌멩이 튕기던 꼬맹이
참 넓었던 땅이었는데
키 큰 사람 되어
내려다보니
두어 발자국밖에 되지 않은
작은 울타리
콧물 삼키며
그 맛에 배고픔 잊고
올빼미 울 때쯤
찾는 소리에 놀라
신고 있던 고무신마저 잊고
엄마소리 쫓아가던
새끼염소마냥 들뜬 맘 안고
뛰어들던 엄마 품
익숙한 향기
기억 속 내음
애타는 체취 찾아
육신의 알갱이 편히
숨 고를 때
비로소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