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
성城/학리 정병운
오늘도
몸 가리키는 대로 집을 나선다
나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것인가
언제나 그렇듯
눈 돌리니 곳곳에 城들이 다가온다
언제부터인가 인간들은 그 성에 담을 치고 살아왔다
선을 긋고
경계를 정하고 CCTV로 감시하며
공동체 삶 속에 함께하는 진실은 이제 떠났다
성을 쌓고 내 것을 챙기고
나아가 남의 것을 탐하기까지
구십구섬 가진 자는 백섬 채우려 다른 이의 한 섬마저도 넘본다
금도는 없다
절제도 안보인다
모두에게 목표를 향한 일념만 있을 뿐
오늘도 도처에
탐욕으로 얼룩진 그들만의 성
무정한 피라밋이 세상 속에 우뚝 서 있다
그 피라밋 위
파아란 하늘은 천하태평 어디론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