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입니다
나는 시인입니다/학리 정병운
나는 시인입니다
시를 쓰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말할겁니다 시인이라고
내가 쓴 시가 어떻게 얘기되든 나는 시인입니다
누가 뭐라고 말하든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에 대하여 괘념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습니다
형식이 어떻든 내용이 어떻든
그가 詩라고 하면 시입니다
인생을 대신 사는 것이 아니라면
복제인간이 아니라면
남의 시를 말한다는 건 至難한 일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언어의 유희나
한 자 한 자의 어울림 수사법만을 보고서
시를 評한다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입니다
무릇 인간의 모든 흔적에는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별개로
내면에 참 價値가 숨어있다고 말들합니다
시도 그러합니다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는 다르다고 합니다
오브제를 관찰하고 접근하는 마음이 다르다는 겁니다
나의 인생관과 다른 이의 인생관이 다르듯
내가 쓴 시와 다른 이가 쓴 시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看過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시인은 절규합니다
어찌 모두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모두를 품지못함에 시인은 또 다시 絶叫합니다
갈등하고 번민하며
때로는 별것도 아닌 일에 大怒하며
부담스러운 일임에도 대범하게 웃어넘깁니다
나는 시인입니다
방향감없이 노를 젓는 것처럼 보여도
里程標를 거꾸로 읽으며 헤매이는 것 같아도
그래도 나는 시인입니다
(2020. 12. 05 한 해의 끝자락을 아쉬워 하며
鶴里齋에서 鶴里 정병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