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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전수남 0 637 0

             한라산

 

                          예목/전수남

 

머리 허연 구름을 허리춤에 머물게 하고

백록담에서 돌팔매질하던 바람이

노루 등을 타고 산을 내려와

야생마와 초원을 뒹굴며 여유를 부리는

천상낙원 부럽지 않은 파라다이스

품고 있는 생명체 하나하나

신이 내린 선물이라 미세한 숨결조차도

소중치 아니한 게 없는데

 

사라오름에서 올려다본 설산의 위용은

햇살도 비켜가는 겨울왕국의 궁전

속을 감춘 비경에

영실기암은 장군의 투구처럼 우뚝하고

두터운 흰 솜두루마기를 입은

눈 속에 솟아오른 티피*같은 적송마다

푸른 기상이 출렁이니

아득히 먼 대양 넘실대는 파도가

연모하듯 휘몰아 달려와선

한라산 발아래서 겸허히 무릎을 꿇는다.

 

(2017.2.4)

*티피(tepee) : 원뿔형 천막집

*사진 : 다은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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