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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전수남 0 636 0

              봄날

 

                        예목/전수남

 

깨어나는 생명들로 산야가 술렁이자

창호지 문틈을 들고나는 칼바람에

겨우내 을씨년스럽던 고찰(古刹)

좁은 앞마당에 드러누운

홀아비바람꽃이

봄바람에 묵은 때를 씻는데

홍매는 수줍음에 얼굴을 붉히고

 

그대와 내가 나누었던 사랑의 밀어가

저기 저 어디쯤서

그날을 곱십을까

매향(梅香)이 하늘을 나는 봄날

시들어가는 늙은 사랑은

눈부신 봄볕의 춤사위에

추억 속 그 시절의 그리움에 젖네.

 

(2019.3.11.)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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