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雪岳)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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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5 09:12
설악(雪岳)
예목/전수남
유년시절 올려다보던
아버지의 넓은 등짝 같은
장엄한 위엄이
우람한 거인의 얼굴로 내려다본다.
범접키 어려운 정기는
골짜기마다 운무를 드리워
신비경은 은밀히 감춰두고서
봄여름 가을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다
옷을 벗어 맨살을 드러내고
북풍한설에도 고개 숙이지 않는
기골 장대한 모습에
뉘라서 반하지 않겠는가.
우뚝 솟은 웅장한 자태는
하늘을 품어도 모자람이 없고
휘몰아 도는 풍상설우(風霜雪雨)가
신의 솜씨로 암석을 깎아
거대한 다비드의 상을 조각했나
암벽의 골마다 스며든 세월의 숨결이
유구한 흐름을 말해주는데
설악 앞에서는 겸허한 마음조차도
티끌보다도 더 가벼워진다.
(2016.11.25)
*사진 : 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