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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전수남 2 955 0

              단감

 

                        예목/전수남

 

무엇이 못마땅해서인지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땡감이 되고

혈기를 참지 못해

시퍼런 채로 삭힌 감이 되었는데

뜨거운 햇살 머리에 이고

삼복을 견디고

찬 서리에 온몸 정갈히 씻고 나니

겸허히 익은 단감이 되었네.

 

익어간다는 것이

고개 숙이는 것인 걸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보름달 차오르듯

쌓이는 번민들이 모여

어울리며 물드는 것이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도

세상은 감칠맛 나게 하고 싶어 하네.

 

(2017.10.21.)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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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윤석진 2019.10.23 10:46  
감나무 달린
감을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건

행복하다는 증거로
여길랍니다.
전수남 2019.10.23 20:11  
감사합니다.
익어간다는 것은
세월 따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 이겠지요.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