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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가을

전수남 0 717 0

       여인과 가을

 

                       예목/전수남

 

갈대숲 사이를 뒤따라오던 가을이

뒤에서 끌어안았어

눈 맞추기 위해 뒤돌아서

풀 섶에 주저앉았더니

살랑바람이 긴머리를 어루만지고

어깨위에 내려앉은 햇살이

귓가에 소근 거렸네.

 

옥색 하늘을 향해 손내밀어보라고

한 웅큼 손안에 잡히는 게 있으면

그것이 가을이라고

수풀 사이에서 오수를 즐기던

풀벌레가 한마디 거들었는데

흔들리는 마음속으로

가을은 이미 숨어들었다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떠나간 사랑처럼

가을은 소리 없이 물러날 거라네.

 

(2017.9.15.)

사진 : 김종명 시인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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