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가을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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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1 08:12
여인과 가을
예목/전수남
갈대숲 사이를 뒤따라오던 가을이
뒤에서 끌어안았어
눈 맞추기 위해 뒤돌아서
풀 섶에 주저앉았더니
살랑바람이 긴머리를 어루만지고
어깨위에 내려앉은 햇살이
귓가에 소근 거렸네.
옥색 하늘을 향해 손내밀어보라고
한 웅큼 손안에 잡히는 게 있으면
그것이 가을이라고
수풀 사이에서 오수를 즐기던
풀벌레가 한마디 거들었는데
흔들리는 마음속으로
가을은 이미 숨어들었다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떠나간 사랑처럼
가을은 소리 없이 물러날 거라네.
(2017.9.15.)
*사진 : 김종명 시인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