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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밭에서

전수남 2 1133 0

       메밀꽃밭에서

 

                            예목/전수남

 

나지막한 야산을 등 뒤에 두고

하얀 고깔을 머리에 뒤집어 쓴 듯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메밀꽃의 춤사위

산들바람에 묻어나는 꽃향기가

그 옛날 님의 분 냄새를 불러와

꽃길을 거니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아련한 실루엣이 환영처럼 출렁인다.

 

입맞춤 한 번에 신세계가 열린 듯

감미롭던 그 날의 기억

아직도 입가에 촉촉이 남아 있는데

메밀꽃의 달콤함에 취한

흰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날갯짓을 해도

눌러앉은 마음 떠날 줄을 몰라

메밀꽃밭 속에서 처연히 길을 잃는다.

 

(2017.9.14.)

처연히(悽然) : 애달프고 구슬프게.

사진 : 박해현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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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윤석진 2019.09.20 12:07  
메밀밭 걸어보니
아련한 아버지 추억이 보입니다.

제가 어릴적
아버지가 메밀을 심었던 기억이...
전수남 2019.09.20 16:46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9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불금
태풍예보와 함께 날이 흐리지만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