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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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08:20
고추잠자리
예목/전수남
푸른 바다를 등에 지고
오수를 즐기면
투명한 날개 끝에서
소슬바람이 팔랑대다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가을 익는 들판으로 내달리고
옥색 물빛 하늘을 헤엄치다
숨 한 번 들이키면
가을빛이 꼬리 끝에 발갛게 내려앉아
산 너머 화전 밭에 고개 숙인 수수가
반가운 듯 살랑살랑 손짓을 해도
나는 야 부러울 게 없는
바람 타는 한량
가을하늘 한 입 베어 물면
어느 새 달려온 양떼구름이
떨어져 나간 빈자리를 금세 메꾸네.
(2016.9.5)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