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에 걸린 사랑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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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6 08:09
대추나무에 걸린 사랑
예목/전수남
혹독한 더위를 견디면서
뜨거운 밤을 어찌 그리 보냈노
말간 대추알을 어깨가 처지도록
주렁주렁 매달았으니
누가 너더러 다산의 상징이 아니랬나
십리길 읍내장터 다녀오는 아부지손에
들려있던 보따리 속 보물처럼
수없이 영근 사랑의 열매
밤마다 별빛아래 속삭인 밀어들이
앞 다투어 익어가지만
부부금슬이 좋다 해도 그렇지
개울 건너 홀아비 박서방은 어쩌라고
재 넘어 과수댁은 긴 밤 어찌 보내라고
건너 마을 삼돌이와 금순이는
들뜬 마음 어찌 달래라고
대추나무에 걸린 사랑
오가는 이 눈총 속에 가을이 여문다.
(2016.8.27)
*사진 : 고운사랑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