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집 소녀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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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07:57
과수원집 소녀
예목/전수남
대청마루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실바람에
긴 머리 찰랑대던 소녀
문경 사과나무 과수원집 맏딸 옥이
사과처럼 윤기 나는 뽀송한 얼굴로
늘 상큼한 향내를 몰고 다녔지
열려있는 대문 너머 넓은 마당 한 편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고 싶었지만
얄미운 옥이는 눈길한번 주지를 않았어.
단풍 익는 가을날 과수원 옆을 지나면서
주먹만 하게 달린 사과를 볼 때마다
어떤 날 불그스레하게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던 옥이의 자태를 떠올렸는데
초등학교 육학년에 서울로 전학 갈 때까지
옥이는 손 한번 잡아주질 않았어
단물 가득 품은 사과한입 베어 물면
사과처럼 아삭하고 싱그럽던
그 시절의 옥이 모습 아련히 생각나네.
(2017.7.1.)
*사진 : 신선옥 시인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