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66
어제
601
최대
3,402
전체
986,982

과수원집 소녀

전수남 0 606 0

       과수원집 소녀

 

                                예목/전수남

 

대청마루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실바람에

긴 머리 찰랑대던 소녀

문경 사과나무 과수원집 맏딸 옥이

사과처럼 윤기 나는 뽀송한 얼굴로

늘 상큼한 향내를 몰고 다녔지

열려있는 대문 너머 넓은 마당 한 편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고 싶었지만

얄미운 옥이는 눈길한번 주지를 않았어.

 

단풍 익는 가을날 과수원 옆을 지나면서

주먹만 하게 달린 사과를 볼 때마다

어떤 날 불그스레하게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던 옥이의 자태를 떠올렸는데

초등학교 육학년에 서울로 전학 갈 때까지

옥이는 손 한번 잡아주질 않았어

단물 가득 품은 사과한입 베어 물면

사과처럼 아삭하고 싱그럽던

그 시절의 옥이 모습 아련히 생각나네.

 

(2017.7.1.)

사진 : 신선옥 시인님(감사드립니다)

dddf6be6028a2bc61e15a2bb3e62703a_1562281024_355.jpg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