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전수남
4
1606
0
2019.06.12 08:07
수국
예목/전수남
풍성한 꽃이 달린 고깔을 쓰고
꽹과리를 치며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을 밟는 농악대의 마음처럼
사랑으로 세상을 품고
어찌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터득한
중년 여인의 글래머스런 풍채를 닮아
여유로운 자태 속에
찌들지 않은 넉넉함이 담겨있네.
바람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생명력은
웬만한 세파에는 끄떡도 없는
여느 대감 집 곳간열쇠를 움켜쥔
허리살에 연륜이 붙은 맏며느리 같고
중후한 멋에 은은한 미소는
열두 폭 옥색명주치마에
소담스런 복(福)을 한아름 안은
명문가 후덕한 안주인의 모습이로다.
(2019.5.30.)
*지신(地神) : 땅을 다스리는 신령.
*사진 : 원규화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