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별밤추억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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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3 08:26
유년의 별밤추억
예목/전수남
해거름에 순이가 날린 비눗방울이
흰나비가 되어 뒷동산을 넘고
어둑해진 앞산에 달 떠오르면
석이는 살평상에 앉아
제 몸을 태워 짧아진 부지깽이를
시냇물이 흐르는 정겨운 소리에 맞춰
팅커벨의 요술봉처럼 휘두르며
“아버지는 나귀타고~” 노래를 한다.
남매가 지키는 산촌 저녁밤
싸리문 안으로 별빛이 내려쌓이고
반딧불이가 이끄는 도깨비불이
하나 둘 주위를 맴돌면
툇마루에 앉아 누나가 불러주던 노래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고희를 넘긴 이듬해 누나는 소천 했는데
이슬방울이 구르는 듯
맑은 목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네.
(2019.4.12.)
*“아버지는~” “엄마가~”는 동요를 옮김.
*사진은 화순 사랑나무입니다.
*사진 : 노명희 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