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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이 피면

전수남 0 344 0

   배롱나무 꽃이 피면

 

                    예목/전수남

 

가슴에 품은 사랑을

무수한 홍자색 꽃으로 피워내는 너는

양반집 규수의 품위 있는

단아함을 닮고 싶었더냐

백일동안 흐트러짐 없는 네 자태에서

유년의 시절 부잣집 외동딸 귀복이

발그스레 미소 띤 모습이 어른거린다.

 

높은 담장 너머로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양팔을 벌리고 서 있어도

육중한 대문 안으로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는데

철모르던 시절 술래잡기를 하던 귀복이

이제 부귀를 누리는 안방마님으로

너처럼 우아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으려나.

 

(2022.7.21.)

사진 : 정은영작가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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