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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의 바람(3)

전수남 0 508 0

    고목의 바람(3)

 

                    예목/전수남

 

살만큼 살았다 해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지요

늙어서 넋 놓고 정신줄을 놓아도

등 굽은 소나무라 해도

스스로 눈 감기 전까지는

칠정의 의미를 기억한답니다.

 

몸통이 잘려나가 밑동만 남았다 해서

살려는 의지까지 꺾인 건 아니지요

죽은 듯 잠잠하다 해서

삶의 애욕마저 버린 건 아니랍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사랑이 그리운 건

젊으나 힘없으나 매한가지

꿈꾸지 않는 날은 없는 걸요.

 

힘겹게 버티는 고목이라 해도

후대를 위해서 새 날을 위해서

열정이 피워낸 사랑하나

세상을 위해 발돋움하면

부활을 꿈꾸지 않더라도

그 때는 조용히 눈 감을 수 있답니다.

 

(2016.10.8)

*사진 : 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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