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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예목/전수남

 

육신의 안위를 위해

칠십년을 헌신해 온 대장(大腸)

무심의 세월을 참다 참다

다 해지는 줄도 모르고

세상사 입맛 당기는 대로만

꾸역꾸역 삼키기만 했으니

한평생을 살아도 내속을 내가 모르는데

마지막 그날 그대는 날 위해 눈물을 흘리려나.

 

새 길이 열린 것도 아니고

오던 길 펼쳐진 길 가야할 길이라

살아갈 날 들이 두렵지 않은 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사랑으로 그 길을 채우고 싶어서인지

살아있음에 행복하여라

죽단화의 눈웃음에 살 같은 세월을 잠시 잊노니

오월훈풍에 질긴 숨결 한줌 내려놓는다.

 

(2020.5.4. 대장암 수술 후 치유 중에)

사진 : 전기도 작가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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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윤석진 2020.05.05 13:14  
바람결 죽단화를 보며
울 시인선생님의 시에 심취해 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전수남 2020.05.06 07:49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