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바람(3)
고목의 바람(3)
예목/전수남
살만큼 살았다 해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지요
늙어서 넋 놓고 정신줄을 놓아도
등 굽은 소나무라 해도
스스로 눈 감기 전까지는
칠정의 의미를 기억한답니다.
몸통이 잘려나가 밑동만 남았다 해서
살려는 의지까지 꺾인 건 아니지요
죽은 듯 잠잠하다 해서
삶의 애욕마저 버린 건 아니랍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사랑이 그리운 건
젊으나 힘없으나 매한가지
꿈꾸지 않는 날은 없는 걸요.
힘겹게 버티는 고목이라 해도
후대를 위해서 새 날을 위해서
열정이 피워낸 사랑하나
세상을 위해 발돋움하면
부활을 꿈꾸지 않더라도
그 때는 조용히 눈 감을 수 있답니다.
(2016.10.8)
*사진 : 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