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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의 수줍은 외출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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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2 08:46
곤줄박이의 수줍은 외출
예목/전수남
가뿐히 치장한 수줍은 외출
한가로이 졸고 있는 말뚝위에
눈이 부셔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봄볕이 먼저와 노닥거리고 있어
희롱하고 싶은 욕망에
발끝으로 이리저리 굴렸더니
한 줄기 미풍에 나뒹구는 빛살
데구루루 굴러 산 아래로 가버린다.
눈 내리깔고 다시 올까
기다리는 마음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설렘
봄 마실 나온 님이 오시려나
깃털 사이를 파고드는 봄바람이
곤줄박이 황금빛 앞가슴을 어루만져
아무도 보는 이 없건만
무안한 듯 얼굴이 홍조로 물든다.
(2017.2.28)
* 사진 ; 정재규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