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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의 수줍은 외출

전수남 0 546 0

   곤줄박이의 수줍은 외출 

 

                     예목/전수남

 

가뿐히 치장한 수줍은 외출

한가로이 졸고 있는 말뚝위에

눈이 부셔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봄볕이 먼저와 노닥거리고 있어

희롱하고 싶은 욕망에

발끝으로 이리저리 굴렸더니

한 줄기 미풍에 나뒹구는 빛살

데구루루 굴러 산 아래로 가버린다.

 

눈 내리깔고 다시 올까

기다리는 마음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설렘

봄 마실 나온 님이 오시려나

깃털 사이를 파고드는 봄바람이

곤줄박이 황금빛 앞가슴을 어루만져

아무도 보는 이 없건만

무안한 듯 얼굴이 홍조로 물든다.

 

(2017.2.28)

* 사진 ; 정재규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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