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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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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 08:39
단감
예목/전수남
무엇이 못마땅해서인지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땡감이 되고
혈기를 참지 못해
시퍼런 채로 삭힌 감이 되었는데
뜨거운 햇살 머리에 이고
삼복을 견디고
찬 서리에 온몸 정갈히 씻고 나니
겸허히 익은 단감이 되었네.
익어간다는 것이
고개 숙이는 것인 걸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보름달 차오르듯
쌓이는 번민들이 모여
어울리며 물드는 것이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도
세상은 감칠맛 나게 하고 싶어 하네.
(2017.10.21.)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
